트럼프 탄핵정국 'Quid pro quo' 핵심 키워드
내년 대선을 1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Impeachment)이 정면으로 부상했다. 탄핵(彈劾)은 탄알 ‘탄’자에, 꾸짖을 ‘핵’자를 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그동안 탄핵이라는 ‘연기’를 피워왔지만, 사실 ‘탄알’은 없는 듯했다. 탄핵 사유도 중범죄 등 애매모호한 단어를 써왔다. 그러다 지난 13일 공개 청문회가 시작되면서 그 탄알을 찾았다. ‘뇌물죄’. 뇌물죄는 연방헌법에 탄핵 사유로 적시돼 있다. 이때부터 ‘Quid pro quo’라는 라틴어가 자주 사용되고 있다. 탄핵 정국의 핵심 키워드인 셈이다. 우리말로 “퀴드 프로 쿼어” 쯤으로 발음되는 이 말은 무슨 뜻인가. 정치, 사회, 문화에 녹아있는 라틴어를 알아본다. Quid pro quo(퀴드 프로 쿼어) 현재 탄핵 정국을 유발시킨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전화통화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였던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의 우크라이나 에너지업체 비리 연루 의혹을 조사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을 함께 언급한 점이 드러난 것이다. 군사 지원을 미끼로 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지점에서 ‘quid pro quo’라는 라틴어 표현이 등장한다. 문자 그대로 뜻은 ‘뭔가에 해당하는 뭔가(what for what)’다. 또는 ‘something for something’ ‘favor for favor’ 쯤 된다. 즉, 무엇에 대한 대가라는 의미다. 여기서 뇌물 관계가 성립될 수 있다. ‘대가성’. 누군가 뭔가를 가져오면, 그에 걸맞은 뭔가를 내놓는다는 뇌물을 표현하는 관용구ㆍ숙어(idiom)인 것이다. ‘tit for tat’이 보복, 앙갚음을 뜻하는 부정적인 의미인데 반해 ‘Quid pro quo’는 따로 혜택받은 것에 대한 대가 지불을 의미한다. 우크라이나는 2014년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빼앗긴 이래 러시아의 군사 위협에 시달려왔기에 미국의 군사 원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바이든 부자에 대한 조사와 군사 지원을 연계하겠다는 암시로 해석될 수 있다. 쉽게 말해,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에) 바이든 부자 조사를 하면 군사 원조를 하겠다, 안 하면 군사 원조는 없다 인 셈이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민주당은 이 점을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이익을 목적으로 우크라이나 정부를 설득하기 위해 미국의 군사 원조를 활용하려고 한 ‘뇌물죄’라고 탄알을 정조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관계자들은 ‘No quid pro quo’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대가성은 없었다는 것이다. 바이든 부자에 대한 조사를 요구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군사 원조와 연계하려 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트럼트 대통령이 왜, 굳이 어려운 라틴어 표현을 들고 나왔을까 하는 점이다. 그는 경선 과정과 집권 이후 주요 지지층인 백인 중하위층이 이해하기 쉬운 영어를 구사해 왔다. 애매모호한 PC(정치적 올바름) 표현을 깨부수는데 적극적이었다. 그런데 복잡하고 발음도 어려운 표현을 쓰는 이유는, 자신의 지지층이 아예 관심없도록 하거나 이번 정국이 뭔가 복잡하고 지루하고 난해할 것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려고 할 뜻인지 모른다. 민주당은 오히려 뇌물수수(bribery)처럼 쉽고 명료한 단어를 쓰고 있다. 최신 여론조사(18일)에 따르면 응답자 중 70%가 우크라이나에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수사를 요청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위가 “잘못됐다”고 답했다. 특히 51%는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당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답했다. 조사는 지난 16∼17일 506명의 성인 미국인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Carpe diem(카르페 디엠) 일반인에게 가장 유명한 라틴어 표현이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통해 알려졌다.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 ‘현재를 즐겨라’ ‘오늘을 붙잡으라’라는 뜻이다. 기원전 1세기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가 쓴 농사에 대한 송가의 마지막 구절 ‘카르페 디엠, 쾀 미니뭄 크레둘라 포스테로(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를 함축한 표현이다. ‘오늘을 붙잡게, 내일이라는 말은 최소한만 믿고’ 정도로 번역된다. Memento mori(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 로마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장군이 개선행진을 할 때 노예들이 행렬 뒤에서 외쳤다.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우쭐대지 마라, 오늘은 개선장군이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는 걸 잊지 말고 겸손하게 처신하라’. 영화 ‘메멘토’도 있었다. 기억을 10분 이상 지속 못 하는 단기 기억상실증 환자의 이야기. Para bellum(파라 벨룸)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뜻. 총질이 난무하는 액션영화 ‘존 윅 3’의 부제로 쓰였다. 1901년 오스트리아 출신의 게오르크 루거가 설계하고 독일 무기회사에서 생산한 직경 9mm 탄환 총알의 상표명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독일 총알의 표준제품. 1985년까지 직경 11mm 탄환을 사용하던 미군이 이 탄환을 사용하는 이탈리아산 권총을 제식권총으로 채택하면서 권총과 기관단총의 세계 표준이 됐다. Do ut des(도 우트 데스) ‘네가 주니까 내가 준다’는 뜻. ‘Quid pro quo’와는 뉘앙스가 다르다. 계약 이행에서 상호성이라는 중립적 뜻으로 주로 쓰인다. 반면, 언급한 대로 ‘Quid pro quo’는 정당성이 결여된 거래에서 대가성이라는 부정적 의미가 강하다. Status quo(스테이터스 쿼어) ‘현상 유지’라는 말. 국제 정치에서 많이 쓰인다. 원래 표현은 길다. ‘인 스테이투 쿼어 레스 에란트 안테 벨룸(in statu quo res erant ante bellum)’. ‘전쟁 이전에 만물이 있던 상태’라는 뜻이다. 전쟁 내지 분쟁이 발발하기 전의 평화롭고 안전한 상태를 말한다. Modus vivendi(모두스 비벤디) ‘잠정 협정’을 뜻한다. 외교안보용어 분쟁 중인 당사자 간 평화 공존을 위한 협정. 공식적이고 영구적인 협정으로 대체되기 전 임시방편의 합의로 이뤄지기 때문에 의회 비준이 필요하지 않고 형식도 자유롭다. 김석하 선임기자 kim.sukha@koreadaily.com